변호사 칼럼 · 2026. 11. 2.

베란다 화분 투척 뒤 경찰관 폭행, 치매를 이유로 한 심신미약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던지고 경찰관을 폭행한 60대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배척한 기준과 재판에서 정신질환을 다투는 방법을 정리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유리 화분을 도로로 던진 6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경찰서에서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폭행해 재판에 넘겨졌다. 화장실에 가겠다며 수갑 한쪽을 풀어 달라고 했다가 나머지 한쪽까지 풀어 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폭행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법은 공무집행방해와 경범죄처벌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8개월과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측은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치매가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양형에서 고려했다.

1. 심신미약은 어떻게 판단되나

가. 형법 제10조의 구조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하고, 제2항은 그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한다. 2018년 12월 개정 전에는 반드시 감경해야 했지만, 지금은 감경 여부가 법원의 재량이다.

나. 진단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치매나 정신질환 진단이 있다는 사실과 범행 당시 판단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은 다르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법원의 몫으로 본다.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

심신장애의 유무와 정도는 법률적 판단으로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되지 않고,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경위·수단, 범행 전후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해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수갑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거절당하자 폭행한 경위는,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다.

2. 재판에서 정신질환을 다투는 방법

가. 범행 무렵의 기록이 핵심

진단서 한 장보다 범행 전후의 진료기록, 복용하던 약, 가족이 관찰한 일상 변화가 더 중요하다. 범행과 가까운 시점의 상태를 보여 줘야 한다.

체포 직후의 행동도 자료가 된다. 경찰서에서의 언행, 수사기관이 작성한 체포 경위서와 수사보고서, 유치 과정의 기록에 피고인의 상태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같은 날 횡설수설하거나 장소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면 의미가 있지만, 요구 사항을 분명히 말하고 거절에 반응했다는 기록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나. 정신감정 신청

법원에 정신감정을 신청할 수 있다. 감정 결과가 법원을 기속하지는 않지만, 판단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1심에서 충분히 다투지 않으면 항소심에서 새로 주장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초기에 준비해야 한다.

3. 죄명이 바뀌고 형이 나뉜 이유

가. 특수상해미수에서 경범죄로

화분 투척 부분은 처음 특수상해미수로 다뤄졌다가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죄명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죄명과 관계없이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지만, 적용 법조가 바뀌면 법정형 자체가 달라진다. 공소사실과 죄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 공무집행방해의 형

형법 제136조 제1항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재판부는 화분 투척에는 벌금형을, 경찰관 폭행에는 징역형을 각각 선택했다. 경찰관 폭행을 무겁게 본 것이다.

공무집행방해는 피해 경찰관과 합의했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보호하려는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공무 수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형에서는 폭행의 정도, 범행 경위, 전과, 반성 여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체포된 상태에서 수갑을 풀어 달라는 요구가 거절되자 폭행한 이 사건처럼, 피고인이 경찰서 안에서 저지른 행위는 법정에서 변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된다.

다. 실형이 선고됐다면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면 피고인이 고령이고 질환이 있다는 사정이 항소심의 주된 다툼이 된다. 구금 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건강 상태라면 그 자료를 구체적으로 내야 하고, 형 집행 단계에서는 형집행정지 같은 별도 제도가 있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4. 피고인과 가족이 준비할 것

가. 양형 자료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심신미약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치매가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 성행, 동기와 함께 양형에서 고려했다. 법률상 감경과 양형 참작은 다른 단계라는 점을 보여 준다.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동안 낸 진료 자료가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질환이 심신미약까지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양형에서는 고려될 수 있다. 치료 계획, 보호자의 관리 약속, 재범을 막기 위한 환경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가 필요하다.

나. 항소 기간

판결에 불복하려면 선고일부터 7일 안에 항소장을 내야 한다. 감정 신청이나 새 자료 제출을 항소심에서 할 계획이라면 이 기간 안에 방향을 정해야 한다.

5. 맺으며

고령화로 치매를 앓는 피고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질환이 있다는 사실이 곧 책임 감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범행 당시의 상태를 증거로 보여 주는 일이 재판의 몫으로 남는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2.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글쓴이 신동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이혼전문변호사 · 대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건을 상담부터 판결까지 직접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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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동우 대표변호사 · 2026.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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